도장(徒長)
금하연
한없이 길게 뻗은 줄기, 속이 비어 무너지는 구조, 스스로의 무게에 꺾이는 생장. 이러한 식물의 형상은 외형적으로는 살아있으나 내실 없는 존재를 은유한다.
본 작업은 섭식장애라는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신체적 생존을 위한 행위’가 역설적으로 자아의 붕괴를 불러오는 구조에 주목한다. 섭식과 구토, 삼킴과 배출이 반복되는 병리적 순환은, 오히려 생명 유지의 본능적 행위가 통제와 결핍의 언어로 변질되는 지점을 드러낸다.
‘내장’이라는 내밀한 기관을 은유하는 식물성 유기체의 형상, 그리고 흘러내리는 액체의 흔적을 통해 신체 내부에서 발생하는 감정과 욕망의 누출을 시각화하고자 했다. ‘도장(徒長)’은 빛과 영양의 불균형으로 식물이 과도하고 왜곡된 생장을 보이는 현상으로, 본 작업에서 이는 왜곡된 자기 이상과 생존 본능의 충돌을 상징한다. 이러한 시도는 인간 존재의 불안정성과 삶과죽음 사이의 경계감각에 대한 은유로 이어진다.
도장된 식물은 생존을 위한 ‘성장’의 형태이지만, 그 왜곡된 생장은 오히려 생명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아이러니를 내포한다. 한편 화면 위에 흐르는 액체의 이미지는 감정의 과잉, 통제 실패, 혹은 존재의 잔여물로 해석되며, 신체 내부로부터 분출되는 감정적 신체적 흔적을 담는다.
나는 이 작업을 통해 고통을 직접적으로 묘사하지 않고도 그 안에서 ‘살고자 했던 몸’의 흔적을 시각화하고자 했다.
즉, 이 회화는 병리나 자전적 진술 이전에 생존에 대한 의지이자 감각의 재현이며, 해체와 재구성을 통해 존재를 붙잡으려는 시도다. 단순히 병리의 재현이 아니라, 무너지는 삶 속에서 여전히 피어나는 생의 의지를 그린다.

<Untitled>, 캔버스에 유화물감, 116.8×72.7cm, 2025
<이식>, 단채널 비디오, 컬러, 2025도장(徒長)
금하연
한없이 길게 뻗은 줄기, 속이 비어 무너지는 구조, 스스로의 무게에 꺾이는 생장. 이러한 식물의 형상은 외형적으로는 살아있으나 내실 없는 존재를 은유한다.
본 작업은 섭식장애라는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신체적 생존을 위한 행위’가 역설적으로 자아의 붕괴를 불러오는 구조에 주목한다. 섭식과 구토, 삼킴과 배출이 반복되는 병리적 순환은, 오히려 생명 유지의 본능적 행위가 통제와 결핍의 언어로 변질되는 지점을 드러낸다.
‘내장’이라는 내밀한 기관을 은유하는 식물성 유기체의 형상, 그리고 흘러내리는 액체의 흔적을 통해 신체 내부에서 발생하는 감정과 욕망의 누출을 시각화하고자 했다. ‘도장(徒長)’은 빛과 영양의 불균형으로 식물이 과도하고 왜곡된 생장을 보이는 현상으로, 본 작업에서 이는 왜곡된 자기 이상과 생존 본능의 충돌을 상징한다. 이러한 시도는 인간 존재의 불안정성과 삶과죽음 사이의 경계감각에 대한 은유로 이어진다.
도장된 식물은 생존을 위한 ‘성장’의 형태이지만, 그 왜곡된 생장은 오히려 생명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아이러니를 내포한다. 한편 화면 위에 흐르는 액체의 이미지는 감정의 과잉, 통제 실패, 혹은 존재의 잔여물로 해석되며, 신체 내부로부터 분출되는 감정적 신체적 흔적을 담는다.
나는 이 작업을 통해 고통을 직접적으로 묘사하지 않고도 그 안에서 ‘살고자 했던 몸’의 흔적을 시각화하고자 했다.
즉, 이 회화는 병리나 자전적 진술 이전에 생존에 대한 의지이자 감각의 재현이며, 해체와 재구성을 통해 존재를 붙잡으려는 시도다. 단순히 병리의 재현이 아니라, 무너지는 삶 속에서 여전히 피어나는 생의 의지를 그린다.

<Untitled>, 캔버스에 유화물감, 116.8×72.7cm, 2025
<이식>, 단채널 비디오, 컬러,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