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ks

PINK FAT

장찬우

현대 예술은 과잉 공급의 상태에 놓여 있다. 이미지와 감정이 무분별하게 생산되고 소비되며, ‘좋아서 좋은 것 같은’ 모호한 미학이 시장과 담론을 점령했다.

나는 이러한 현상을 **예술의 비만(Fat Art)**이라 부른다. 익명성과 허세, 반복된 감상의 피로가 켜켜이 쌓이며 예술은 점점 더 무겁고 둔감해진다.

나의 회화는 이 ‘비만한 예술’을 시각적으로 진단하는 실험이다. 이번 전시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분홍색 복면의 인물은 예술가와 관객 모두의 익명성과 허세를 상징한다. 복면은 개별성을 지우는 동시에, 과장된 자아를 드러내는 역설적 장치다. 그 분홍색은 달콤한 소비의 색이자, 과잉된 감정의 육체적 표면이다.

전시장에서는 관객이 나의 그림을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다. 이 행위는 예술의 **감량(diet)**을 실천하는 상징적 제스처다. 예술을 소유의 대상으로 보는 시선을 비워내고, 무겁게 축적된 이미지의 체질을 바꾸려는 시도다. 나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건강한 예술’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묻는다. 가벼워진 예술만이 다시 움직일 수 있다.

<FAT-1>, 캔버스에 혼합재료, 22.7×22.7cm, 2025
<FAT-5>, 캔버스에 혼합재료, 116.7×80.3 cm, 2025
<FAT-3>, 패널에 혼합재료, 75×51cm,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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