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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T 153

정수민

Plant 153은 ‘구원’의 이름으로 포장된 시스템이 어떻게 또 다른 희생을 낳는지를 드러낸다.
환경 파괴와 인구 붕괴 이후, 인간은 스스로를 재료로 삼아 생태를 복원하는 시대에 이르렀다.
이제 인간은 더 이상 사회를 유지하는 주체가 아니라, 시스템이 관리하고 소비하는 자원이다. 쓰레기로 넘쳐나는 지하, 보이지 않는 계급, 그리고 그 위에 세워진 깨끗한 도시의 대비는
우리가 만든 질서의 잔혹한 아름다움을 폭로한다.
구원은 체계의 언어로 설계되고, 노동은 윤리의 이름으로 정당화된다.

관객은 지하의 노동자 소어(Sower)가 되어, ‘Plant Zero’라 불리는 나무를 돌본다.
그는 매일 나무를 심지만, 그 뿌리 아래에는 누군가의 흔적이 스며 있다.
그 반복된 행위는 믿음이 어떻게 타인의 소모로 유지되는가를 은유한다.

‘153’이라는 숫자는 성경 요한복음 말씀에서 유래한다.
베드로가 예수의 말씀을 믿고 의심 없이 그물을 던졌을 때 건져 올린 물고기의 수, 153.
절대적 믿음이 만들어낸 풍요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이 게임에서는
아무 의심 없이 체계에 순응한 결과로 남은 ‘희생의 수’를 의미하기도 한다.

나는 이 세계를 통해 묻고 싶었다. 구원은 언제부터 타인의 소모로 가능해졌는가.
구원의 시스템은 누구를 살리고, 또 누구를 지워버리는가.
그리고 우리는 그 체계의 일부로서,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가.

<Plant 153 : Sleepwalker’s Confession>, 혼합 매체(인터렉티브 게임, 사운드, 모니터 설치), 16:9 screen, 2025
<Plant 153 : Sleepwalker’s Confession>, 혼합 매체(인터렉티브 게임, 사운드, 모니터 설치), 16:9 screen, 2025
<Plant 153 : Below Eden>, 혼합매체 (인터렉티브 게임, 사운드, 모니터 설치),16:9 screen,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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