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 거 운 존 재 감
정지호
나의 작업은 사물이나 언어가 명확함으로부터 멀어지는 과정을 거친다. 이미지와 언어는 서로 다른 세계에 속한다고 하지만 나에게 언어는 종종 모호하고 이미지는 오히려 명확하다. 그래서 나는 대상이 형태의 명확함으로 존재감을 갖기보다 다른 방식으로 드러나길 바란다.
작품의 재료인 흙, 나무, 아연판, 왁스 이 재료들은 대상이 아닌 여백에 두께를 주며 음각이라는 방식으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평면, 조각, 부조 사이의 경계에서 대상을 그리기보다 공기를 그려간다. 단단하지만 매끈하지 않은 여백의 밀도가 대상과 여백이 서로를 지지하며 존재하게 하는 구조를 만들어준다.
작업 속 기호는 활자로서 기능하기보다는 질감으로 존재한다. 나의 작업 안에서 기호는 조형의 언어로 함께 읽힌다. 선명한 의미의 틀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의도적으로 형태와 의미의 경계를 흐린다. 작업 과정에선 이미지에서 색을 빼거나, 형태의 일부를 지우고, 재료의 비율과 사이값을 조정하는 일들이 반복된다.
이번 작업의 주된 소재는 언의의 흔적과 같은 장면들이다. 대부분 찾은 것이라기보다는 마주친 것들이다. 이 마주침에서 시작해 작업으로 완성되기까지 내 안에 오래 머물러준 것들이다. 과정 속에서 기호의 원형이나 원본의 형태는 의도적으로 멀어진다. 이 거리감 속에서 이미지가 하나의 형태로 완결되지 않고 보는 이의 감각 속에서 다시 구성되길 바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 >, 나무에 혼합매체, 58×27cm, 2025
<( ) 였던 것>, 패널에 흙,16×27.3cm, 2025
128 129
<였던 것의 세상>, 캔에 연필, 아연판에 부식 ,16×11, 29.7×11, 18.7×29.7cm, 2025싱 거 운 존 재 감
정지호
나의 작업은 사물이나 언어가 명확함으로부터 멀어지는 과정을 거친다. 이미지와 언어는 서로 다른 세계에 속한다고 하지만 나에게 언어는 종종 모호하고 이미지는 오히려 명확하다. 그래서 나는 대상이 형태의 명확함으로 존재감을 갖기보다 다른 방식으로 드러나길 바란다.
작품의 재료인 흙, 나무, 아연판, 왁스 이 재료들은 대상이 아닌 여백에 두께를 주며 음각이라는 방식으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평면, 조각, 부조 사이의 경계에서 대상을 그리기보다 공기를 그려간다. 단단하지만 매끈하지 않은 여백의 밀도가 대상과 여백이 서로를 지지하며 존재하게 하는 구조를 만들어준다.
작업 속 기호는 활자로서 기능하기보다는 질감으로 존재한다. 나의 작업 안에서 기호는 조형의 언어로 함께 읽힌다. 선명한 의미의 틀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의도적으로 형태와 의미의 경계를 흐린다. 작업 과정에선 이미지에서 색을 빼거나, 형태의 일부를 지우고, 재료의 비율과 사이값을 조정하는 일들이 반복된다.
이번 작업의 주된 소재는 언의의 흔적과 같은 장면들이다. 대부분 찾은 것이라기보다는 마주친 것들이다. 이 마주침에서 시작해 작업으로 완성되기까지 내 안에 오래 머물러준 것들이다. 과정 속에서 기호의 원형이나 원본의 형태는 의도적으로 멀어진다. 이 거리감 속에서 이미지가 하나의 형태로 완결되지 않고 보는 이의 감각 속에서 다시 구성되길 바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 >, 나무에 혼합매체, 58×27cm, 2025
<( ) 였던 것>, 패널에 흙,16×27.3cm, 2025
128 129
<였던 것의 세상>, 캔에 연필, 아연판에 부식 ,16×11, 29.7×11, 18.7×29.7cm,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