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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아

나는 디지털 화면 속에서 사라지는 이미지들의 흔적을 붙잡고자 한다.

게임기가 부서졌을 때, 하드디스크가 고장났을 때, 혹은 실수로 삭제 버튼을 눌렀을 때, 그때마다 내 눈앞의 이미지들은 환영처럼 사라졌다. 그 경험은 나에게 디지털 이미지가 언제든 사라질 수 있는 존재라는 점을 인식하게 했다.

나의 작업은 이러한 비물질적인 이미지를 현실에 붙잡아 두는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화면 속 이미지를 인쇄하고, 잘라 붙이고, 바닥 위로 옮긴다. 픽셀로 이루어진 평면은 잘라진 종이와 물감의 질감 속에서 다시 무게를 얻는다. 이미지에 그림자를 만들어주며, 현실의 표면에 닿게 한다. 이 과정은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사라짐을 붙잡는 행위이자 기억을 저장하는 방식이다.

나는 수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동시에 한순간에 사라질 수도 있는 불안정한 구조 안에 있다. 그래서 나의 회화는, 가볍고 불안정한 디지털 이미지를 물질적 무게를 지닌 현실의 시각 장치로 전환하고 저장하는 시도이다.

<자르기 및 붙여넣기>, 캔버스에 유화물감, 162.21×130.3cm, 2025
<그룹화>, 캔버스에 유화물감,15.8×15.8cm, 2025
<숨김처리>, 캔버스에 유화물감, 90.9×65.1cm,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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