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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流緣 / Flow of Connection

김이은

나는 나와 타인 사이에서 발생하는 감정들과 관계성에 대한 깊은 관심을 기반으로 작업을 진행한다. 인간은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사회적 존재이다.

한 시기에는 관계로부터 비롯된 피로감으로 인해 스스로 고립을 선택한 적이 있다. 휴학 이후 칩거 생활을 지속했으며, 사회로 돌아가는 과정은 회피와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1년의 고립 이후 학교에 복귀하며 새로운 관계들을 다시 형성하게 되었고, 그 경험은 복합적 감정의 층위를 재발견하게 만든 사건이다. 다양한 경험 속에서 과거 타인에 대한 두려움을 점차 극복해나갔고, 관계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국면과 마주하게 되었다.

새로운 관계 속에서도 갈등과 행복이 반복적으로 교차한 경험은 관계의 본질에 대한 기존 인식을 뒤흔든 계기이다. 과거 상처가 많았던 나는 관계의 본질을 ‘단절’ 또는 ‘이어짐’이라는 이분법으로만 정의하던 사람이었다. 끊어진 인연은 복구의 의미가 없으며, 곧 관계의 종결이라 단정하는 태도였다.

그러나 이러한 사고에 균열이 발생한 결정적 순간은 가장 깊었던 관계였던 <애인의 바람> 사건이다. 논리적으로는 그를 단호하게 끊어내는 것이 당연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지난 2년간의 복잡한 서사를 되짚는 과정에서, 관계의 매듭을 어디서부터 해체해야 하는지, 혹은 물리적 단절 그 자체가 가능한지에 대한 근본 질문과 마주하게 되었다. 이성적 판단을 거부하고 파괴된 관계를 어떻게든 이어붙이려는 자신을 스스로 목격하게 된 경험은 중요한 전환이었다.

이 모순적 감정의 충돌은 관계의 본질에 대한 근원적 탐구를 불러 일으킨다. 이성적 판단과 감정의 기억 사이의 간극은 관계가 단순한 단절로 환원될 수 없다는 복합적 입체성을 드러낸다. 과거의 상실과 고통 속에서도 그가 위로였던 시간의 가치는 현재의 혐오와 겹쳐진다. 이러한 존재론적 딜레마는 관계의 끝을 단순한 단절이 아니라 성숙한 종결(Completion)의 차원에서 사유하도록 이끈다.

<유연流緣 / Flow of Connection>, 낚시줄, 염주비즈, 180×100×100cm, 2025
<유연流緣 / Flow of Connection>, 낚시줄, 염주비즈, 180×100×100cm, 2025
<유연流緣 / Flow of Connection>, 낚시줄, 염주비즈, 180×100×100cm,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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