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잇는다
권세은
연약한 실 한 올이 나의 손과 시간을 통과하며, 마침내 이 세상에 만질 수 있는 부피를 가진 존재가 되어가는 경이로움. 나는 그 감각을 사랑한다. 나의 작업은 제대로 호명되지 못했던 돌봄의 시간과 행위에 물질적인 몸을 부여하는 일에 대한 증언이다.
이를 위해, 나는 나만의 기록 장치를 구축한다. 소리를 내기 위해 태어났지만 이제는 침묵하게 된 버려진 피아노 내부 장치를 가져와 시간을 엮는 직조기로 변모시켰다. 이 기계 위에서 내가 천을 짜는 육체적 행위는 소리 없는 건반들을 움직이게 한다. 이 반복되는 노동은 불완전함과 인간적인 변주, 과정의 모든 노이즈까지 포함하여, '직조 악보'라는 몸을 가진 아날로그 데이터로 기록된다.
만약 <피아노 직조기>가 돌봄의 거대한 구조를 증언한다면, 나의 태피스트리 연작은 그 구조 안에서 일어나는 개별적인 순간의 흔적을 기록한다. 나는 직접 짠, 울퉁불퉁한 가장자리를 가진 천 위에 닦아내거나 위로하는 것과 같은 돌봄의 동사들이 남긴 궤적을 추상적인 흔적으로 그린다. 흔적 위에 희미한 기억의 파편을 전사하는 행위를 통해 그 익명의 노동이 가졌던 구체적인 얼굴을 증언하고, 궤적 위에는 손이 닿았던 흔적을 더하여 그 모든 고된 시간 속에서도 존재했던 순간을 기록한다. 이 연작들은 시스템이 포착할 수 없는, 그 행위의 내밀한 온도와, 가장 오래된 관계 맺기 방식으로서 세대를 이어 지속되는 살아있음에 대한 기록이다.
결국 나의 두 작품은 서로를 마주 보며 증언한다. 돌봄이라는 행위가 어떻게 방대한 시간 위에 흔적을 남기며 영속하는지, 그리고 손이라는 매개가 그 추상적 가치에 어떻게 만져지는 '몸'을 부여하는지를. 기록하는 과정 속에서, 그 가장 깊은 근원을 나 자신에게서 발견했다. 알고 보니, 이 모든 행위는 밖을 향한 증언인 동시에, 혼돈 속에서 나 자신과 세계를 다시 엮어 지탱하려는 가장 필사적인 노력이었다.
Contact
<A tender record>, 단채널 영상, 컬러, 스테레오 사운드, 5분 24초, 111.5×64cm, 2025
<A tender record>, 단채널 영상, 컬러, 스테레오 사운드, 5분 24초, 111.5×64cm, 2025
<A tender record>, 단채널 영상, 컬러, 스테레오 사운드, 5분 24초, 111.5×64cm, 2025
<옥정윤숙새은옥정>, 혼합재료: 나무판넬에 유화, 못, 실, 130×180cm, 2025
<직조1>, 혼합재료 (각재, 면사, 램스울, 머리카락), 수제직조틀에 직조, 58×6×175cm, 2025
<직조1>, 혼합재료 (각재, 면사, 램스울, 머리카락), 수제직조틀에 직조, 58×6×175cm, 2025영원히 잇는다
권세은
연약한 실 한 올이 나의 손과 시간을 통과하며, 마침내 이 세상에 만질 수 있는 부피를 가진 존재가 되어가는 경이로움. 나는 그 감각을 사랑한다. 나의 작업은 제대로 호명되지 못했던 돌봄의 시간과 행위에 물질적인 몸을 부여하는 일에 대한 증언이다.
이를 위해, 나는 나만의 기록 장치를 구축한다. 소리를 내기 위해 태어났지만 이제는 침묵하게 된 버려진 피아노 내부 장치를 가져와 시간을 엮는 직조기로 변모시켰다. 이 기계 위에서 내가 천을 짜는 육체적 행위는 소리 없는 건반들을 움직이게 한다. 이 반복되는 노동은 불완전함과 인간적인 변주, 과정의 모든 노이즈까지 포함하여, '직조 악보'라는 몸을 가진 아날로그 데이터로 기록된다.
만약 <피아노 직조기>가 돌봄의 거대한 구조를 증언한다면, 나의 태피스트리 연작은 그 구조 안에서 일어나는 개별적인 순간의 흔적을 기록한다. 나는 직접 짠, 울퉁불퉁한 가장자리를 가진 천 위에 닦아내거나 위로하는 것과 같은 돌봄의 동사들이 남긴 궤적을 추상적인 흔적으로 그린다. 흔적 위에 희미한 기억의 파편을 전사하는 행위를 통해 그 익명의 노동이 가졌던 구체적인 얼굴을 증언하고, 궤적 위에는 손이 닿았던 흔적을 더하여 그 모든 고된 시간 속에서도 존재했던 순간을 기록한다. 이 연작들은 시스템이 포착할 수 없는, 그 행위의 내밀한 온도와, 가장 오래된 관계 맺기 방식으로서 세대를 이어 지속되는 살아있음에 대한 기록이다.
결국 나의 두 작품은 서로를 마주 보며 증언한다. 돌봄이라는 행위가 어떻게 방대한 시간 위에 흔적을 남기며 영속하는지, 그리고 손이라는 매개가 그 추상적 가치에 어떻게 만져지는 '몸'을 부여하는지를. 기록하는 과정 속에서, 그 가장 깊은 근원을 나 자신에게서 발견했다. 알고 보니, 이 모든 행위는 밖을 향한 증언인 동시에, 혼돈 속에서 나 자신과 세계를 다시 엮어 지탱하려는 가장 필사적인 노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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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tender record>, 단채널 영상, 컬러, 스테레오 사운드, 5분 24초, 111.5×64cm, 2025
<A tender record>, 단채널 영상, 컬러, 스테레오 사운드, 5분 24초, 111.5×64cm, 2025
<A tender record>, 단채널 영상, 컬러, 스테레오 사운드, 5분 24초, 111.5×64cm, 2025
<옥정윤숙새은옥정>, 혼합재료: 나무판넬에 유화, 못, 실, 130×180cm, 2025
<직조1>, 혼합재료 (각재, 면사, 램스울, 머리카락), 수제직조틀에 직조, 58×6×175cm, 2025
<직조1>, 혼합재료 (각재, 면사, 램스울, 머리카락), 수제직조틀에 직조, 58×6×175cm,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