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ks

Shape of EcHoEs

이효정

나는 트라우마적 자기검열과 반복적인 확인 행동 속 사고들이 흩어지고 뒤틀리는 경험의 순간을 이질적인 화면으로 시각화하는 작업을 한다.

상실의 경험 이후 생긴 불안은 산발적으로, 불시에 떠오르며 끊임없는 자기검열을 동반했다. 생각들을 반복하여 점검하는 과정은 오히려 불안을 증폭시켰고, 수없이 곱씹어 흐려진 사고는 처음의 말끔한 상태로 돌아갈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나는 상황을 분해하고 재정렬하는 과정을 거쳐 스스로에게 괜찮은 상태를 만들어내고 나서야 놓아줄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느껴지는 압박감과 붕괴, 혼란은 생각에서 멈추지 않고 이미지적인 상태로 다가왔다. 이런 심리적 경험과 뒤섞인 감각에 대한 관찰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이번 작업에서는 현실과 불안의 경계를 보여주기 위한 소재로 ‘놀이터’를 선택했다. 놀이터는 통상적으로 어린이를 위한 공간으로, 상실 이전의 시간을 상징함과 동시에, 나에게는 상실 이후 사유의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했다. 놀이터는 세대 교차적이라는 고유한 특징과 함께 개인적 경험 기반의 경계 지점이 맞물리는 공간이다. 이런 공간 속에서도 시각적으로 더 강하게 들어온 지점들을 포착해, 확장과 변형의 과정을 거쳐 화면으로 옮겼고, 이 과정은 즉발적으로 파생되는 나의 불안의 양상과 닮아 있다. 또한 그런 이미지들을 편집하여 원본에서 변형된 낯선 화면을 구성한 뒤, 회화로 구현
하는 방식은 내가 불안을 다루는 방법과 닮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이미지를 촬영하고 수집하는 과정에서는 강한 인공 빛을 활용한 연출을 주로 사용하였다. 인공 빛은 사물에 자연스럽게 지는 음영과는 다르게 강한 빛으로 숨겨진 윤곽을 드러내어 이질적이고 독특한 입체감이 표현된다. 이는 강렬한 심리적 순간의 표현이 되며 불안을 직면하고 확인하는 나의 태도와 과정을 연출적으로 보여준다.

즉 이 작업은 사고의 부정확한 혼란을 시각화하고, 그 자체를 마주 보며 스스로를 관찰하고 이해하는 시도이다.

<poing-poing!>, 캔버스에 유화물감, 145.5×112.1cm,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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