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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주술, 그리고 표류하기 Strange Spell, Drifting

이지현

나는 불안정한 삶에서 비롯된 인간의 근원적인 욕구, 잘 살고자 하는 염원을 탐구한다. 2년 동안 주거 불안정과 경제적 불안이 이어졌고, 삶의 예측 불가능성에서 해답을 구하기 위해 점성술, 무속, 명리학, 미신 등의 비이성적 영역에 몰두했다. 이는 단순한 미래 예측을 넘어, 바라는 미래에 닿기 위한 해답을 찾고 불안을 떨쳐내 안정감을 획득하려는 생존적 몸부림이었다.

작품은 타로 카드의 아르카나, 신화 속 ‘방주’와 부산의 ‘헛배’ 전설을 가로질러 전개된다.

헛배 전설은 부산 해운대의 도깨비 배 전설로 도깨비 배를 탄 사람에게 바닥이 뚫린 바가지를 줘야 무사히 살아 돌아올 수 있다는 금기담이자 환상담이다. 배는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고 떠다니는 매체로, 표류하며 부유하는 모습이 나의 불안정한 삶과 닮아 있는 한편 주거 불안정으로부터의 도피처로서 방주와도 연결된다. 이러한 개인적 경험과 감각을 바탕으로 신화와 전설 속 배의 이미지를 결합해 주술적 표류를 형상화한다.

회화 작품은 타로 카드 3 스프레드 배열법을 기반으로 구성된다. 타로는 각각 과거를 상징하는 은둔자, 현재를 나타내는 별, 미래를 의미하는 세계 카드로 불안정한 과거를 딛고 안정적이고 완전한 미래를 기원하는 서사를 담았다. 각 카드는 기도하는 손, 행운을 바라는 손 등 손의 형태로 재구성되어, 불안을 극복하고 소망을 향해 나아가려는 내적 기도를 시각화한다.

<기묘한 주술, 그리고 표류하기>라는 제목 속 ‘기묘한 주술’은 삶의 불확실성 속에서 수행하는 의식적 행위와 상징체계를 의미하며, ‘표류하기’는 방향을 잃고 떠다니는 개인적 경험을 은유한다. 표류의 감각 속에서도 정착을 기원하는 주술을 통해 안정을 기원하고 내면화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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