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과 봄을 잇기
유성민
돌-봄’은 잊힌 장소, 제도의 경계 밖에 놓인 존재들을 마주하는 것에서 시작된 작업이다. 사회적 관심 밖으로 밀려난 것들과 관계를 맺으며 그들의 목소리를 재구성하려는 시도이다.
돌은 일상에서 흔하게 존재하지만 그 풍화와 균열, 표면의 결 속에는 각기 다른 시간이 새겨져 있다. ‘돌-봄’은 쓸모없거나 무심히 지나치는 대상을 그 자체로서 응시하고, 그 흔적과 결, 잊힌 이름들에 주목한다. 대상은 특정 순간 먼저 말을 걸어오는 존재가 되며 무언의 증언자처럼 저마다의 시간과 기억, 사건을 조용히 전달한다.
창세기 19장 속 롯과 천사의 만남은, 예기치 않은 타자의 출현이 기존의 윤리와 질서를 흔들고 새로운 선택의 장면을 형성한다는 점에서 작업의 윤리적 맥락과 맞물린다. ‘돌-봄’은 특별하고 극적인 사건보다는 소외된 것들의 미세한 요청 앞에 서서 천천히 응답하는 태도에 주목한다.
작업은 마치 별자리를 재구성하는 행위와 닮아 있다. 기존의 별자리가 특정한 점들을 연결해 하나의 형상을 만들어내듯이 작업은 ‘돌’, ‘봄’, ‘롯’, ‘이딧(롯의 아내)’ 등 서로 다른 시간과 맥락에 흩어진 단편적인 서사와 계기를 해체하고 새로운 관계의 구조로 다시 잇는다. 롯이 성서에서 주요 인물로 기록된 것과 달리, 이딧은 오랫동안 이름조차 없이 잊혀진 존재였다. 그러나 유대교 랍비 전통은 그녀에게 히브리어 ’ed(증인)’에서 유래한 ‘이딧’이라는 이름을 부여했다. 주목받지 못했던 존재들 역시 자신만의 시간과 자리를 증언한다.
‘돌-봄’ 작업은 단지 사물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는 잊힌 장소, 기록되지 않은 사건, 침묵한다고 여겨지는 모든 존재의 흔적에 끝없이 귀 기울이는 태도이다. 관람자 또한 전시장에서 우연히 마주친 무언가에 잠시 멈추어, 그 무명의 시간과 이야기에 천천히 응답하기를 제안한다.
<마케>, 단채널비디오, 컬러, 사운드, 2025
<돌 봄>, 단채널비디오, 컬러, 사운드, 2025
<돌 봄>, 단채널비디오, 컬러, 사운드, 2025돌과 봄을 잇기
유성민
돌-봄’은 잊힌 장소, 제도의 경계 밖에 놓인 존재들을 마주하는 것에서 시작된 작업이다. 사회적 관심 밖으로 밀려난 것들과 관계를 맺으며 그들의 목소리를 재구성하려는 시도이다.
돌은 일상에서 흔하게 존재하지만 그 풍화와 균열, 표면의 결 속에는 각기 다른 시간이 새겨져 있다. ‘돌-봄’은 쓸모없거나 무심히 지나치는 대상을 그 자체로서 응시하고, 그 흔적과 결, 잊힌 이름들에 주목한다. 대상은 특정 순간 먼저 말을 걸어오는 존재가 되며 무언의 증언자처럼 저마다의 시간과 기억, 사건을 조용히 전달한다.
창세기 19장 속 롯과 천사의 만남은, 예기치 않은 타자의 출현이 기존의 윤리와 질서를 흔들고 새로운 선택의 장면을 형성한다는 점에서 작업의 윤리적 맥락과 맞물린다. ‘돌-봄’은 특별하고 극적인 사건보다는 소외된 것들의 미세한 요청 앞에 서서 천천히 응답하는 태도에 주목한다.
작업은 마치 별자리를 재구성하는 행위와 닮아 있다. 기존의 별자리가 특정한 점들을 연결해 하나의 형상을 만들어내듯이 작업은 ‘돌’, ‘봄’, ‘롯’, ‘이딧(롯의 아내)’ 등 서로 다른 시간과 맥락에 흩어진 단편적인 서사와 계기를 해체하고 새로운 관계의 구조로 다시 잇는다. 롯이 성서에서 주요 인물로 기록된 것과 달리, 이딧은 오랫동안 이름조차 없이 잊혀진 존재였다. 그러나 유대교 랍비 전통은 그녀에게 히브리어 ’ed(증인)’에서 유래한 ‘이딧’이라는 이름을 부여했다. 주목받지 못했던 존재들 역시 자신만의 시간과 자리를 증언한다.
‘돌-봄’ 작업은 단지 사물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는 잊힌 장소, 기록되지 않은 사건, 침묵한다고 여겨지는 모든 존재의 흔적에 끝없이 귀 기울이는 태도이다. 관람자 또한 전시장에서 우연히 마주친 무언가에 잠시 멈추어, 그 무명의 시간과 이야기에 천천히 응답하기를 제안한다.
<마케>, 단채널비디오, 컬러, 사운드, 2025
<돌 봄>, 단채널비디오, 컬러, 사운드, 2025
<돌 봄>, 단채널비디오, 컬러, 사운드, 2025